여행이 끝나면 대부분의 사람은 사진과 영상으로 추억을 남깁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디지털 파일은 잊히기 쉽습니다. 저에게 여행의 기억은 작은 동전 한 개, 그리고 교통카드 한 장에서 시작됩니다. 손에 쥘 수 있는 실물 기록은 감정의 온도를 그대로 간직하고, 다시 꺼내 보는 순간 그 나라의 공기와 냄새, 그리고 당시의 기분까지 선명하게 떠오릅니다. 저는 5년 넘게 해외 동전과 교통카드를 수집하며, 그 작은 조각들이 모여 하나의 세계지도 같은 이야기가 되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작은 물건으로 기억을 보관하는 법’과 ‘수집을 통해 여행을 다시 경험하는 방법’을 나누겠습니다.
1. 동전과 교통카드, 평범하지만 가장 여행다운 기록물
대부분의 여행 기념품이 상업화된 반면, 동전과 교통카드는 현지의 생활 그 자체를 담고 있습니다. 동전은 나라의 역사와 상징을 디자인으로 품고 있고, 교통카드는 시민의 일상 흐름을 그대로 반영합니다. 즉, 두 아이템은 ‘여행자용 기념품’이 아니라 ‘현지인의 생활 흔적’이죠. 저는 처음 일본을 여행했을 때, 우연히 100엔짜리 동전의 디자인에 매료되었습니다. 그 동전에는 사쿠라 꽃이 새겨져 있었고, 그때부터 여행할 때마다 ‘그 나라의 얼굴이 새겨진 동전’을 모으자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그 이후 교통카드까지 함께 모으면서, 제 여행의 기록은 물질로 남기 시작했습니다.
2. 수집의 시작 – ‘습관화된 채집’이 여행을 풍성하게 한다
수집은 처음부터 큰 계획으로 시작되지 않았습니다. 제가 처음 동전을 모을 때는 단순히 ‘남은 잔돈 아깝다’는 생각이었죠.
하지만 한 나라, 두 나라, 다섯 나라를 넘어가자 그 잔돈이 하나의 **‘감정의 타임라인’**으로 변했습니다. 이후 여행을 떠나면 **‘기념품 가게보다 편의점 계산대’**가 더 설레었습니다. 그 나라의 잔돈을 받는 순간, 저는 이미 여행의 한 조각을 손에 쥐었다는 사실을 실감했습니다. 수집은 ‘무언가를 모으는 행위’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세상을 자세히 보는 습관’이 됩니다.
작은 동전 하나를 통해 국가의 상징, 문화적 미학, 시대적 변화를 느낄 수 있으니까요.
3. 동전 수집의 핵심 – 디자인보다 ‘이야기’를 모으는 것
많은 분들이 동전을 수집할 때 희귀도나 디자인에만 집중합니다. 그러나 진짜 가치는 ‘그 동전을 내가 언제, 어디서 얻었는가’에 있습니다. 저는 각 동전마다 다음 세 가지 정보를 함께 기록합니다.
- 획득 장소 (예: 프랑스 파리 지하철 자판기)
- 날짜 (여행 중 며칠째)
- 그날의 기억 한 줄 메모
예를 들어, 2019년 체코 여행 중 카페에서 받은 20코루나 동전은 비 오는 날 창가에서 커피를 마시며 받은 잔돈이었습니다. 그 기억을 적어두니, 지금도 동전 하나만으로 그날의 향기까지 떠올릴 수 있습니다. 결국 수집의 본질은 ‘물건’이 아니라 ‘이야기’입니다.
4. 교통카드 수집의 매력 – 실용과 예술이 공존하는 아이템
교통카드는 단순한 결제 도구를 넘어, 도시의 디자인 아이덴티티를 보여줍니다. 홍콩의 옥토퍼스 카드는 문어 문양으로 도시의 개방성과 다양성을 상징하고, 런던의 오이스터 카드는 간결한 파란색 톤으로 도시의 모던함을 표현합니다. 제가 교통카드 수집에 빠진 이유는 바로 이 ‘도시의 개성’ 때문입니다. 한 장 한 장이 마치 그 도시의 얼굴처럼 느껴졌습니다. 여행 후에 카드를 한 곳에 모아두면, 그 자체로 ‘나만의 세계 도시 지도’가 완성됩니다.
5. 수집품 관리의 기술 – 보존과 전시의 균형
동전은 금속이기 때문에 산화나 변색에 주의해야 합니다. 저는 투명 아크릴 케이스를 사용하고, 습기가 많은 여름철에는 제습제를 함께 넣어둡니다. 교통카드는 자외선에 약하므로 직사광선을 피하고, 전용 바인더나 카드 포켓 파일에 보관합니다. 이때 카드 앞면에는 국가명, 여행 연도, 주요 도시를 적은 라벨을 부착하면 보는 재미가 배가됩니다. 보관의 목표는 단순히 오래 두는 것이 아니라, 언제든 ‘다시 꺼내보고 감정이 되살아나게 하는 것’입니다.
6. 수집을 통한 재창조 – 감성 아카이빙 프로젝트
저는 수집품을 단순히 모으는 데서 멈추지 않고, 디지털 아카이빙 프로젝트로 발전시켰습니다. 스캐너로 동전과 교통카드를 스캔해, 사진과 함께 ‘여행 일지 페이지’로 정리했습니다. 한 페이지에는 해당 도시의 풍경 사진, 그리고 그 나라 동전의 문양과 교통카드 디자인이 나란히 들어갑니다. 이 방식은 단순한 보관을 넘어 ‘감성 여행 다이어리’로 진화했습니다. 수집이 창작으로 확장되는 순간, 그것은 단순한 취미를 넘어 기억 예술의 형태가 됩니다.
7. 시행착오와 현실적 조언
저 역시 초기에 몇 가지 시행착오를 겪었습니다.
- 비닐 지갑에 동전을 보관해 녹이 생김
- 교통카드에 직접 메모를 써 디자인 훼손
- 정리하지 않고 쌓아둬서 나중에 국가 구분이 어려움
이 경험을 통해 깨달은 것은 **“기록이 수집의 완성이다”**라는 점입니다. 아무리 귀한 아이템도 출처와 감정이 빠지면, 단순한 물건이 되어버립니다. 따라서 저는 여행 중 반드시 ‘오늘의 수집 기록’을 짧게 메모장에 남깁니다. 이 작은 습관이 시간이 지나면 거대한 기억의 지도로 바뀝니다.
8. 수집의 심리학 – 작은 소유가 주는 안정감
사람이 무언가를 수집하는 이유에는 심리적 배경이 있습니다. 특히 여행 관련 수집은 **‘일상의 불확실성 속에서 기억을 고정하려는 본능’**에서 비롯됩니다. 저는 현실의 피로를 느낄 때마다 동전함을 열어봅니다. 작은 금속 조각이지만, 그것은 ‘내가 세상을 경험했던 증거’입니다. 그 존재감이 불안한 마음을 안정시키고, 새로운 여행을 꿈꾸게 만듭니다.
9. 수집을 공유하는 새로운 트렌드
요즘은 SNS를 통해 자신의 수집품을 공유하는 문화가 활발합니다. 특히 인스타그램, 블로그, 유튜브에는 ‘수집형 콘텐츠’가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하지만 진정한 공유는 ‘자랑’이 아니라 ‘기록의 교환’이어야 합니다. 저는 국가별 동전 교환 커뮤니티를 통해 다른 사람의 수집 이야기를 듣고, 서로 교통카드를 교환하면서 새로운 관점을 배웠습니다. 이렇게 수집은 ‘개인적 취미’를 넘어, 세상을 잇는 ‘문화 커뮤니케이션’의 매개체가 됩니다.
10. 결론 – 기억은 사라지지 않는다, 형태만 바뀔 뿐
해외 동전과 교통카드 수집은 단순히 물건을 모으는 행위가 아니라 기억을 보존하는 예술적 방법입니다. 사진이 빛으로 남는 기록이라면, 동전과 카드는 손끝으로 느끼는 기록입니다. 여행의 감정, 공기의 냄새, 현지의 소리까지 이 작은 물건 속에 고스란히 잠들어 있습니다. 저는 여행 후 일정한 시간마다 수집함을 꺼내어 하나씩 다시 살펴봅니다. 그 순간마다, 저는 또 한 번 여행을 떠나는 기분을 느낍니다. 기억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다만 형태를 바꿔 우리 곁에 머물 뿐입니다. 그리고 그 형태가 때로는 작은 동전 하나, 낡은 교통카드 한 장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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